<독일 경제의 침체 우려와 향후 EU통합의 방향>
인턴 3조 - 오현명, 김남경, 차은비
獨 경기하강, 일시적 요인보다 구조적 요인이 더 커
최근 독일 경제의 침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즉, 독일 경제는 <표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2019년 2/4분기 GDP 성장률이 전기대비 -0.1%(1분기 0.4%)를 기록, 독일 및 유로존 침체(recession)의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와 같은 독일 경제의 부진은 미·중 무역분쟁 및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자동차 등의 수출 감소와 경제 심리 위축에 따른 건설투자 감소가 마이너스 성장의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인해 GDP의 47%를 차지하는 제조업 수출이 둔화되어 수출의존도가 높은 독일경제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특히 자동차 생산 및 수출의 감소, 글로벌 교역 둔화, 무역분쟁 지속 및 브렉시트 관련 불확실성 등으로 투자지표도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주 ZEW(유럽경제연구센터)가 자본시장 전문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8월 경제심리지수(economic sentiment index)가 44.1(전월대비 19.6포인트 악화)로 2011년 11월 유럽채무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였다(FT, 2019년 8월 12일자).
그런데 이러한 독일 경제의 침체가 단순히 2018년 이후 중국 경제의 하락에 의한 자동차 등의 수출 감소에 따른 일시적이며 순환적인 것이 아니라, 보다 지속적이며 구조적이라는 점에서 더욱 우려를 낳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첫째, 독일 경제는 자동차·화학·기계 등 전통적인 산업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전통적 산업들이 2010년대 초반부터 "인더스트리 4.0"을 통해서 추진해온 디지털 경제에 대응 노력이 글로벌 기업을 포함하여 중소기업에 이르기까지 충분히 확산되지 못하였다. 둘째, 2018년 이후 단위노동비용이 상승하고 경쟁력이 저하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당시 슈뢰더 사민당 정권이 실행한 노동 시장 개혁의 효과가 사라지고 있다. 셋째, 국내 소비가 크게 늘어나지 않는 가운데, 저출산 고령화로 인하여 생산성 향상은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넷째,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글로벌 가치 사슬이 끊겨 세계 경제가 지역화해가는 현재의 글로벌 경제환경은 수출 주도 성장을 지속해 온 독일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와 같은 요인들은 모두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운 구조적인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향후 독일 경제가 장기간에 걸쳐 침체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독일,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전환하나?
EU집행위원회는 지난 7월 발표한 "유럽 경제 전망(European Commossion, Economic Forecast, Summer 2019, 2019년 7월 10일)"에서 독일의 실질 경제 성장률을 2018년 1.4% 성장에서 2019년 0.5%까지 하락 후 2020년에는 1.4%로 성장세가 회복되는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표 2> 참조). 그러나 이러한 시나리오의 현실성은 향후 점차 약화되고 있다는 우려감을 감출 수 없다. 즉, 미·중 무역분쟁의 장기화, 영국의 노딜 브렉시트 우려와 자동차 수출 저조에 따른 산업생산 감소 등을 감안할 때 성장세 부진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금리 인하 등 경기부양책을 시행하더라도 단기간 내에 성장동력을 회복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독일의 중앙은행인 Bundesbank가 2/4분기 이후에도 독일 경제가 침체국면에 있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는 가운데, Deutsche Bank는 최근 보고서에서 독일의 경제성장률을 2019년 0.3%, 2020년 0.7%로 낮췄으며, 독일 경제가 이미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으로 정의되는 “기술적 불황(technical recession)”에 진입하였다고 진단하고, 올해 2/4분기에 이어 3/4분기에도 경제 상황이 호전되기 어렵다고 분석하였다.
이와 같은 우려 속에서 독일 정부가 경제 활성화를 위한 재정지출 확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외신들은 독일 정부가 당초 재정확대에 부정적 입장에서 선회하여, '딥 리세션(Deep Recession)'을 피하기 위해 "정부가 내수와 소비를 촉진시키고 대규모 실업은 막기 위한 재정부양 프로그램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올라프 숄츠 재무부 장관이 500억 유로(약 67조 원) 규모의 재정지출확대 가능성을 밝힌 것도 이와 같은 독일 정부의 입장전환을 밝힌 부분이다.
그러나 독일의 경제와 정치의 상호 관계를 고려한다면, 그동안 십 년 넘게 이어 온 재정 흑자 기조에서 벗어나 확장적 재정정책으로의 정책 전환은 쉽지만은 않다. 우선 이상과 같은 경제의 침체에 대응하여 여당인 CDU-CSU와 사회민주당(SPD)과의 대연정 기반이 약화된 현 상황에서는 정부가 의회를 설득하면서 과감한 구조 개혁을 단행해야 한다. 더욱 메르켈 총리가 2021년에 정계 은퇴를 선언함에 따라 "포스트 메르켈 시대'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2019년 독일 정치는 세대교체와 동시에 '레임덕'이 진행되는 상황도 정부의 정책 전환에 장애가 되고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경제 상황이 계속 나빠진다면, 메르켈 총리는 정권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한층 더 잃게 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독일, 재정지출 확대로 유로존의 정책 공조를 이끌 계기를 마련할까?
이러한 독일 경제의 침체에 더하여, 존슨 총리 취임 이후 영국의 합의 없는 EU탈퇴(no-deal Brexit) 위험성 증가, 이탈리아 연정붕괴에 의한 정정불안 확산이 몰고 올 금융 불안요인 등 EU차원에서 불확실성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유로존의 경기침체(recession) 위험이 확대되고 있다. 독일 경제가 유로존에서 차지하는 비중(2018년 28.8%)을 감안할 때 독일 경제의 성장세 부진은 유로존 전반의 경기하강 확대로 이어질 우려를 높인다. 과연 독일 경제가 앞에서 지적한 대로 일시적·순환적인 것이 아니라, 지속적·구조적 요인에 따라 장기 침체의 늪에 빠지는 경우, 유로존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사실상 유로존 경제뿐만 아니라 유럽의 시각에서 성장의 기관차 역할을 하던 독일 경제가 침체에 빠진다면, 이는 유로존을 포함한 EU 경제 전체로 침체 위험이 확대된다. 이 경우, 그동안 EU통합의 과정에서 볼 때, 유로존과 EU 회원국들의 역내 결속력 강화에 의한 정책 공조를 통해서 침체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강화될 것이다.
우선 단기적으로 유로존의 경기부양을 위한 정책추진이 이루어질 개연성이 높아진다. ECB 역시 오는 9월 중 정책금리 인하와 자산매입프로그램의 재개 등 상당 수준의 완화적 통화정책을 통한 부양책을 실시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그동안 드라기 총재가 유로존 국가들의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 통화정책에만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반복적으로 강조하여 왔던 점을 고려할 때, 독일뿐만 아니라 프랑스 등 주요국의 재정지출확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독일 경제의 침체로 역내 회원국들의 재정 확대 움직임이 더욱 가시화될 것이다.
다음으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EU 차원에서 독일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협력관계를 강화함으로써 유로존을 포함한 EU 경제 전체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오려 할 것이다. 개별 국가에 대한 재정 지원의 형태보다는 명확하게 용도를 정한 각국의 공동 출자에 의한 투자 프로젝트 추진의 형태로 독일, 프랑스 등이 주축이 되고 유로존 주요국이 협력하는 모양새가 될 것이다. 오히려 독일 경제의 침체가 역내 정책 공조를 통하여 유로존을 중심으로 하는 EU경제의 위기를 회피하는 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EU의 현 집행부의 도날드 투스크 유럽이사회 의장(EU 대통령), 장 클로드 융커 EU집행위원회 위원장,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총재 등의 임기가 10월 말로 끝나기 때문에, 유로존과 EU경제의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인 노력은 차기 집행부의 몫이 될 것이다. 지난 5월 유럽의회 선거 이후 구성된 차기 EU집행부를 이끌 EU집행위원장에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Ursula von der Lyen) 현 독일 국방장관이 선임되었다. 신임 EU집행위원장은 그동안 유럽결속 강화를 지지하는 입장을 보여 왔기 때문에, 앞으로 5년간 EU통합 강화를 위해서 노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즉, 신임 EU집행위원장은 독일 출신으로 프랑스와 독일의 협력강화를 통하여 그동안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이 주창한 유로존 공동예산이나 EU재무장관의 존치 등 EU개혁에 정치적인 수완을 보일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
종합적으로 보아 독일 경제의 침체가 몰고 온 유로존과 EU 차원에서의 정책 공조체제 구축을 통한 경제 활성화 논의는 오는 11월 새로운 EU집행부의 출범과 함께 EU통합의 새로운 계기를 만들 것이다. 이러한 협력과정을 통하여 EU가 직면하고 있는 대내외적인 도전에 대응하는 한편, 급변하는 글로벌 정치경제환경의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는 EU차원의 해법 찾기를 기대한다.
<인턴 코멘트>
오현명: 미중 무역 전쟁에 의해 유로존은 큰 영향을 받고 있고 그중 제조강국 독일은 최대 피해자로 대두되고 있다. 독일 경제의 침체는 EU 경제 전체로의 침체 위험으로 확대될 수 있다. 경기부양을 위한 통화와 재정정책이 진행되는 가운데, 독일의 앞으로의 행보는 주목할만한 사안이라 생각된다.
김남경: 독일의 경기침체는 현 우리나라의 경기침체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 것 같았다. 보다 지속적이며 구조적이라는 점에서 더욱 우려를 낳고 있는 것 같다. 한국 경제도 삼성과 같은 대기업에 의존, 또는 자동차·화학·기계 등 전통적인 산업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도 독일처럼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쳐야 하는 시기가 온 것 같다. 현 독일의 정책을 자세히 살펴보고 활용하면 좋을 것이다.
차은비: 이번 기사를 통해 유럽의 경제 흐름을 알 수 있었다. 7월 새로 취임한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가 다가오는 10월 31일에 무슨 일이 있어도 EU 탈퇴를 단행하겠다고 선언했는데, 이후 유럽 경제에 또 어떤 변화가 생길지는 지켜봐야겠다.
<참고 자료>
https://www.ifs.or.kr/bbs/board.php?bo_table=NewsInsight&wr_id=1388